◇개역성경
국내에서는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들어온 지 8 년 뒤인 1893년에 미국 성경
협회의 지원을 받아 주로 장로교인들과 감리교인들로 구성된 성경 실행위원
회와 성경 번역자회가 설립되었고 이 두 기구의 주도 하에 1906년에 구약성경이
출간되었으며 신구약을 다 담고 있는 한국어 성경(구역)은 1911년 3 월에 신구약
3권으로 출간되었다. 두 선교사를 중심으로 한국의 교계 지도자들이 함께 번역한 이
성경은 최초의 공식적인 한글 성경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구역 성경 역시 웨스트 코트와 호르트의 수정 그리스어 본문에 근거한
네슬레의 25판과 영국의 영국 개역 성경(ERV)과 미국의 미국 표준역(American
Standard Bible, ASV)을 본문으로 채택하였다. 구역 성경의 구약은 영어 개역성경
의 미국 판인 미국 표준역을 가장 중요한 원전 중 하나로 사용하였으며 특별히
미국 표준역의 영향을 받아 히브리어 사자음 문자 ‘YHWH’를 ‘ 주’(LORD)로 번역
하지 않고 음역하여 ‘ 여호와’로 표기했다. 사실 미국 표준역과 여호와의 증인들이
사용하는 신세계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성경은 이 신성한 ‘사자음 문자’를 ‘주’ 즉
‘LORD’로 번역했다.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언급할 것이다.
한편 1938년에는 구역 성경을 개정한 성경 개역판이 출간되었다. 케이블(E. M.
Cable), 스토크스(M. B. Stokes) 등의 미국 사람들과 남궁혁, 김인준 등의 한국
사람들이 개정에 참가하였으나 이번에도 여전히 오리겐의 70인 역, 네슬레 25판,
영국 개역성경, 미국 표준역 등을 중심으로 개정이 이루어졌고 필요한 경우 중국어
성경과 일본어 성경 등도 참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 이 성경은 철자 수정과 얼마간의 본문 수정을 거쳐 1961년도에 ‘성경전서
한글개역판’으로 고정되었고 바로 이 성경이 우리나라의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가장
많이 애독하고 애용하며 대부분의 성도들이 단 하나의 오류도 없다고 믿고 있는 개역
성경인 것이다.
개역 성경은 문장이 간결하고 우아하고 웅장하여 성도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마치 영어권의 킹 제임스 성경 같이 한국의 독보적인 성경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영어 킹 제임스 성경과는 달리 개역 성경 문장의 간결성 등은 본문의 정확
성을 무시하고 한자 숙어나 한국어 용례 등을 사용하고 많은 단어를 삭제함으
로써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자체에 한계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성경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본문 선택과 번역자들의 사상에 기초한 용어 선택을 살펴보면 개역
성경이 기독교 교리와 신학 및 믿음의 실행 등에 큰 폐해를 끼쳤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지 개역 성경은 보통 사람들의 감정과 문화를 잘 반영하였으며
아름다운 문체와 운율 등을 통해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하여 회심하고 구원의 감격을 맛보았으므로 이 성경이
우리 민족에게 남긴 자취는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다.
샬롬
강용훈 목사